발간자료
| 제목 | [2026년 8월호] 친환경 선박이 바꾸는 세계 물류 | ||||
| 작성자 | 재정정보분석부 | 등록일 | 2026-08-28 | 조회수 | 64 |
| 내용 |
친환경 선박이 바꾸는 세계 물류 규제·연료·엔진, 그리고 한국 조선의 리더십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2028년,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바다에 탄소 가격표가 붙는다. 규제는 연료를 바꾸고, 연료는 선박을 바꾸며, 바뀐 선박은 결국 화물이 흐르는 방식을 바꾼다. 이 물줄기의 길을 한국 조선산업이 만들어내고 있다. 값싼 배로 경쟁하던 시대가 아니라, 규제가 요구하는 친환경 기술을 먼저 상용화해 파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1. 규제가 수요를 만든다 - MEPC 83이라는 분기점 ![]() 2025년 4월 7~11일 열린 국제해사기구(IMO)의 MEPC 83차 회의는 2028년부터 시행될 GFI(GHG Fuel Intensity, 온실가스 집약도) 요건과 보상·가격 메커니즘을 승인했다. 총 톤수 5,000톤(t) 이상 거의 모든 선박에 적용되는, 사실상 첫 글로벌 해운 탄소 가격제도다. 2008년 전 세계 선박의 평균 GFI는 93.3 gCO₂eq/MJ였는데, 이를 기준으로 완화 목표(Base)는 2028년 4%, 2030년 8%, 2035년 30%, 더 강한 목표(Direct)는 2028년 17%, 2030년 21%, 2035년 43% 감축을 요구한다. 예고편은 이미 있었다.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제(EU ETS)는 2024년 1월부터 총톤수 5,000톤 이상 선박에 적용되기 시작했고(EU 역내 항해 배출량의 100%, 역외 항해의 50%), 이것이 2021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컨테이너 선사들의 노후선 교체발주 사이클을 촉발한 트리거였다. EU ETS 도입 직후 유럽 컨테이너선의 추진 연료가 메탄올로 급격히 쏠렸다가 그린 메탄올 수급 문제로 다시 LNG 이중연료로 돌아온 것도 같은 압력의 산물이다. 연료는 흔들려도, 그 흔들림이 만드는 신조·개조 수요의 방향은 한결같다. 그러나 규제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정치가 개입했다. 2025년 10월 14~17일 열린 IMO 임시회의에서 Net-Zero Framework의 정식 채택은 표결 끝에 1년 연기됐다(연기 찬성 57개국, 계속 진행 49개국).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반대하며 10월 10일 국무·에너지·교통장관 공동성명으로 지지국 관료에 대한 미국 입항 선박 차단, 비자 제한, 제재 등 보복을 위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회의는 2026년 10월 다시 열리고, 채택되더라도 발효는 빨라야 2028년 3월이다. ‘폐기’가 아니라 ‘연기’라는 점이다. 글로벌 탄소 가격제의 시계는 미뤄졌지만 이미 발효돼 작동 중인 EU ETS가 유럽 항로의 교체·개조 수요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고, 노후 선대의 물리적 교체 시점은 정치와 무관하게 다가온다. 규제 리스크가 이제 ‘방향’이 아니라 ‘속도’의 문제로 남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방향이 유지되는 한, 준비된 조선사가 결국 그 수요를 챙길 수 있다. 2. 연료 전환의 최전선 - LNG, 그리고 ‘주유소’까지 현실적인 첫 대안은 LNG 이중연료(D/F)였다. LNG D/F 추진 선대는 현재 5%(DWT 기준, 2026년 8월)에 불과하지만 수주잔고에서는 21.7%로 뛰었다. 지금 1,693척인 LNG D/F 선단은 건조 중인 1,107척이 더해지면 2029년까지 2,800척 이상으로 늘어난다. 배와 함께 새로운 ‘주유소’도 필요하다. 늘어난 LNG 추진선에 연료를 공급할 LNG 벙커링선(LNGBV)이 새로운 선종으로 열리고 있다. 현재 54척인 LNGBV 선대는 잔고 48척을 더해 2029년 102척(1,514k-CBM)으로 커진다. HD현대중공업의 12척의 잔고를 보유해서 중국 Nantong CIMC(21척) 다음으로 점유율 26%를 담당하고 있다. 규제가 연료를 바꾸자, 한국은 선박뿐 아니라 그 연료를 실어 나르는 인프라 선박에서도 수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3. 심장을 쥔 자 - 이중연료 엔진의 병목 친환경 선박의 부가가치는 선체가 아니라 ‘심장’인 엔진에 있다. D/F 엔진은 제작 공기가 길어 병목(쇼티지)을 만든다. 한화엔진과 HD현대마린엔진의 생산능력은 2010년 각각 1,200만·400만 마력에서 불황을 거치며 340만·200만 마력으로 줄었는데, 그 좁아진 캐파가 지금 호황과 정면으로 만났다. 한국은 이 병목을 스스로 메우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STX중공업을 인수해 HD현대마린엔진으로 바꿨다.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의가동률은 이미 149%에 이르는데, 인수한 HD현대마린엔진(가동률 40% 수준)이 2026년부터 HD현대미포용 중형 엔진을 대거 넘겨받으면 양사 가동률이 함께 정상화된다. 도크를 새로 파지 않고도 그룹 전체의 엔진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구조다. 한화엔진은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25% 생산능력 증대를 위한 설비투자 계획을 밝혔다. 물론 D/F 중심의 생산라인 확충이다. 새 도크(선박 건조장)를 파기 어려운 조선 본체와 달리, 엔진은 증설로 물량(Q)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익성에도 근거가 있다. 지난 호황기 2010~2011년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4.3~29.2%로 같은 기간 조선 본체(15~19%)를 웃돌았고, 한화엔진(구 두산엔진)도 13.9~14.9%로 고객 조선사(8.3~10.6%)를 앞섰다. 여기에 한국 엔진 업체의 수주·잔고·매출에서 30~40%를 차지하는 중국향 물량의 단가가 2024년 말부터 한국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지금 조선사 잔고의 50~70%를 차지하는 LNG선·가스선(VLAC 등)처럼 건조할 수 있는 야드가 한정된 고부가 선종이, 엔진의 가격 방어력까지 떠받친다. 친환경 규제가 만든 엔진 수요를, 한국이 가격 협상력까지 쥐고 소화하는 국면이다. 4. 다음 화물 - 암모니아와 CO₂가 새 항로를 연다 ![]() 연료 전환은 새로운 화물과 항로를 만든다. 무탄소 연료 후보인 암모니아, 그리고 포집한 이산화탄소(CO₂)를 나르는 운반선이 대표적이다. 한국 기자재 업계는 이미 채비를 마쳤다. 2024년 6월 기준, 세진중공업은 가스선용 탱크 캐파를 30척으로 두 배 늘리고, 현대힘스도 독립형 탱크 라인을 증 설했다. 암모니아 운반선(VLAC)과 액화 CO₂ 운반선(LCO2)을 겨냥한 투자다. CO₂ 운송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이라는 새 밸류체인의 마지막 물류 고리다. 미국은 45Q 세액공제로 지중저장시 톤당 최대 85달러를 지원하고, 유럽은 2040년 280MTPA·2050년 450MTPA 포집을 목표로 제도를 깔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상업용 탄소포집 시설은 약 45개이고, 계획 단계 프로젝트에서는 ‘수송’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포집한 CO₂를 저장지까지 옮기는 물류가 병목이자 기회라는 뜻이다. 선박 한 척이 나르는 양은 7,500㎥급이 약 0.5MTPA, 22,000㎥급이 약 0.9MTPA로 계산되며,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초기 20여 척에서 확장 국면에는 80척 안팎까지 LCO2 선대 수요가 발생한다. 본 연구원은 2030년대에 연간 45척(22k-CBM 기준) 규모의 LCO2 발주가 형성되고, 이는 기존 중형가스선(MGC) 니치 마켓의 두 배에 이르는 먹거리이다. 5. 네 개의 고리, 한 개의 결론 규제(MEPC·EU ETS)가 수요를 만들고, 연료 전환(LNG·LNGBV)이 선종을 넓히며, 병목 자산(엔진)이 부가가치를 지키고, 새 화물(암모니아·CO₂)이 항로를 연다. 이 네 개의 고리 모두에서 한국 조선·기자재가 선두이거나 선두를 다툰다. 글로벌 탄소 가격제의 시점은 미국의 반대로 이연됐지만, CO2 저감을 위한 규제와 노후 선대 교체라는 동력은 그대로다. 규제의 시계는 정치로 늦춰질 수 있어도 방향은 되돌려지지 않으며, 친환경 선박이 세계 물류를 바꾸는 이 국면은 한국 조선업에게 2000년대의 시클리컬이 아닌 긴 교체발주 사이클에 따른 호황이 펼쳐졌다는 판단이다. 단, 우리가 준비해야 할 기술은 전례 없이 많다. 중국은 여러 산업에서 한국을 위협하거나 추월하고 있다. 중국은 도크를 증설하면서 양(Q )의 측면에서는 이미 한국 조선업을 7:3 수준으로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친환경규제는 고부가가치선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었고, 그 최전선에 한국 조선의 역할과 기회가 존재한다. 이번 슈퍼사이클에서 한국 조선에 기대하는 바는양적 팽창(Q)이 아닌, 단가(P)와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 그리고 기술 선도자로서의 입지 구축이다. 친환경규제는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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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
2026년 월간 나라재정 8월호_재정이 MONEY.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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