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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호] 재정지출의 방향을 읽다
제목 [2026년 4월호] 재정지출의 방향을 읽다
작성자 재정정보분석부 등록일 2026-04-30 조회수 227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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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의 방향을 읽다


돈은 어디로 흐르고,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왜, 어떻게 쓰느냐이다. 국익 중심의 산업육성과 복지안전망 확충이라는 세 가지 방향 속에서, 국가채무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제약을 고려한 전략적 배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정확대의 속도 경쟁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읽고 미래의 기회를 어디에 만들 것인지를 판단하는 냉정한 시각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위기와 재정의 선택


오늘날 글로벌 사회는 전쟁과 공급망 불안, 통상 갈등 등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까지 격화되면서 국제경제는 다시 큰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원유 수급의 불안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국제유가의 상승과 변동성 확대는 생산비와 물류비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무역 위축과 물가 불안으로 이어진다. 휘발유를 비롯한 원유 관련 제품의 수급 불안도 높아지면서 기업의 경영환경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 결과 투자와 고용은 위축되고,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각국은 경제와 민생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수단이 재정이다. 정부는 위기 국면에서 재정을 통해 산업을 지원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며, 경기 둔화를 완충하려 한다. 그러나 국가재정은 본래 조세를 통해 조달하고, 확보된 세수 범위 내에서 지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나라들은 이 원칙을 넘어 정부지출을 크게 늘려 왔고, 부족한 재원은 국가채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결과 국가채무가 누적되고 이자 부담도 커지면서, 재정을 통한 정부 역할 확대에도 구조적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재정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확장재정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환경 변화에 따른 재정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전쟁, 감염병, 저출생, 고령화, 기술혁신, 기후변화 등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재정 수요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둘째는 정치적 이유다. 정권을 창출하거나 유지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재정지출 확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 성과를 보여주기에 재정만큼 손쉬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재정 확대 욕구에는 본질적으로 제약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은 재정준칙을 제정하여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확대를 제도적으로 통제하려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으로 도전받는 재정: 재정확대의 유혹


현대의 재정정책은 더 이상 정부 기능을 수행하거나 소극적인 경기조절 수단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재정은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특정 복지정책을 수행하며, 경제구조 자체를 유도하는 적극적 정책수단으로 기능한다. 다시 말해, 형식상으로는 민간 주도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실제 정책 운용에서는 재정을 중심으로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려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확대가 과연 시장의 역동성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무는지, 아니면 민간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약화시키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있다.

민간 의존보다 국가 의존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이 확대되는 데에는 국제정세의 변화뿐 아니라 정치환경의 변화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강화되면서 정치권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정당화하기 쉬워졌다. 복지와 산업, 고용과 지역균형을 모두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재정은 점점 더 많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민간 기능보다 국가 기능을 앞세우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세 수입 증가율보다 국가예산 증가율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는 흐름을 보여 왔다. 이는 단순히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권이 재정을 통해 경제와 복지를 주도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재정에 대한 평가는 더 이상 “얼마나 많이 쓰는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제는 재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지출이 미래 성장과 국가경쟁력, 사회안정에 “어떤 효과를 내는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 재정의 핵심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배분에 있다.

현대사회에서 재정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첫째는 국익 중심의 재정이다. 국제정세가 급변할수록 각국은 자국 산업과 자국 공급망, 자국고용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한다. 둘째는 산업 육성의 재정이다.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방산, 우주항공, 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대한 재정 투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셋째는 복지안전망을 위한 재정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취약계층 보호, 돌봄 수요 확대 등은 복지재정의 역할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재정의 역할이 경기 대응을 넘어 시장 조성자, 산업 설계자, 복지 관리자 역할까지 확대되는 것은 분명한 위험도 내포한다. 재정 중심의 국가 주도경제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보다 비효율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은 특정 목적과 일시적 위기 대응에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그것이 항구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재정은 시장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세수보다 지출을 앞세우는 재정: 국가채무의 압박


세수보다 정부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재정확대의 가장 큰 제약은 국가채무다. 우리나라의 국가예산 규모는 2026년 728조 원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6년 386조 원과 비교하면 약 1.9배로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국세 징수액은 242조 원에서 390조 원으로 약 1.6배, 국내총생산(GDP)은 1,740조 원에서 약 2,743조 원으로 약 1.6배 늘었다. 반면 국가채무는 626조 원에서 약 1,300조 원으로 약 2.1배 증가하였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6%에서 51%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이 수치가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 규모와 세수는 증가했지만, 국가예산은 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고, 그 차이는 결국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지난 10년간 우리 재정이 확장재정 기조를 지속해 왔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재정 확대를 무조건 비판할 수만은 없다. 2020년 팬데믹 위기를 비롯해 경기 침체, 복지 수요의 급증, 첨단산업 육성 필요성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확대가 일시적 대응을 넘어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관리 없이 확대재정이 반복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민간 부문의 성장과 비교해 보아도 재정 증가 속도는 빠르다.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6년 201조 원에서 2025년 333조 원으로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2조 원에서 45조 원으로 늘었다. 또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법인세 신고기업의 매출액은 3,667조 원, 당기순이익은 136조 원이었으며, 2024년에는 각각 5,634조 원과 191조 원으로 증가하였다. 기업도 성장했지만, 국가재정의 팽창 속도는 이보다 더 가팔랐다. 결국 지난 10년의 재정 추세는 양적 팽창 중심의 확대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지출 확대보다 우선순위 조정과 구조개혁이 중요하다. 세수 기반의 확충 없이 지출만 늘어나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정이 위기 대응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라도 평상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위기 국면에서 국가가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



‘국익 중심의 재정’: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재정지출


최근 국제정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의 군사 충돌, 미국-중국 통상 갈등, 보호주의적 관세장벽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작용한다. 대외 수요가 흔들리면 수출이 둔화되고, 기업 이익이 줄어들며, 그에 따라 세수도 영향을 받는다. 동시에 정부는 산업 지원과 에너지 보조, 공급망 안정화, 취약계층 보호 등을 위해 추가 지출 압력을 받게 된다. 즉, 세입은 흔들리고 세출은 늘어나는 이중 부담이 재정에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주요 교역국의 관세 강화는 우리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곧 기업 실적 악화와 법인세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재정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국익 중심의 재정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 전략산업 방어를 위한 실질적 재정 전략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 대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지원, 방산 역량 강화, 에너지 비축체계 확충 등은 국익 중심 재정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외부의 전쟁과 갈등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방산과 첨단 제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회를 자동적으로 기대할 것이 아니라, 재정을 통해 전략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따라서 국제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입 기반의 다변화와 지출의 유연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산업 육성의 재정’: AI와 기술 변화에 따른 재정지출


최근 국가예산은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 전환도 함께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간접자본(SOC)과 단기 일자리 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다면, 최근에는 연구개발(R&D), 산업 지원, 중소기업 혁신,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성장 분야로 예산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재정이 단순한 소비성 지출을 넘어 미래 세수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위성통신, 바이오, 차세대 반도체 등은 개별 기업만으로 선도하기 어려운 분야다.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분야에서는 재정이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위험을 분산하고 인프라를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재정 지원은 이런 점에서 필요하다.

한편 기술 변화는 노동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AI의 확산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일부 직무의 대체와 숙련 격차의 확대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한 보조금 지급보다 인적자본 고도화에 재정의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무는 첨단산업 연계 교육, 재직자 재교육, 직무 전환 지원 등은 향후 재정투자의 핵심 영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재정투입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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